[연출양정웅] 평창올림픽쇼 개·폐회식 책임진 송승환·양정웅·장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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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07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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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 만난 사람] 평창올림픽쇼 개·폐회식 책임진 송승환·양정웅·장유정

5억명 보는 평창올림픽쇼…평화 메시지로 전세계 홀리겠다

  • 오신혜 기자
  • 입력 : 2017.06.27 17:47:25   수정 : 2017.06.28 09:22:11

송승환 평창올림픽 총감독과 장유정 부감독, 양정웅 총연출(왼쪽부터)이 서울 송파구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 서울본부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장 부감독과 양 총연출이 각각 손에 든 인형은 평창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과 반다비다. [김재훈 기자]

한 나라의 올림픽 개·폐회식은 그 나라를 기억하는 방식이 된다. 조앤 롤링, 비틀스, 제임스 본드가 총출동한 런던올림픽(2012년)은 문화강국으로서 영국의 위세를 한껏 과시했고, 수만 명의 일사불란한 자태가 찬란했던 베이징올림픽(2008년)은 G2로 부상한 중국의 새로운 위상을 세계에 뽐냈다. 자국의 경제 사정과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경쾌하게 풀어간 브라질 리우올림픽(2016년)도 개성이 넘쳤다. 그렇다면 일곱 달 앞으로 다가온 한국의 평창동계올림픽(내년 2월 9일~25일)은 세계인의 뇌리에 어떤 이미지를 남기게 될까.

질문의 답을 듣기 위해 평창올림픽 개·폐회식을 책임지는 3인을 만났다.

전체 행사를 총괄하는 송승환 총감독(61)과 각각 개회식·폐회식을 맡는 양정웅 총연출(49), 장유정 부감독(41)이 함께 언론 인터뷰에 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난타'로 유명한 송 총감독은 물론, 셰익스피어 희곡을 한국화한 '한여름밤의 꿈'으로 영국의 최고 극장무대에 올라 찬사를 받은 양 총연출, '오! 당신이 잠든사이' '김종욱찾기' '형제는 용감했다' 등 창작뮤지컬 히트작을 쏟아낸 장 부감독은 모두 자타 공인 국내 공연계의 대표 주자들이다. 그런 그들도 "올림픽이 끝나면 몸에 사리가 생겨 있을지 모른다"고 앓는 소리 할 정도로 개·폐막식 연출은 녹록지 않은 작업인 듯 보였다. 인터뷰는 지난 14일 서울 송파구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 서울본부에서 진행됐다.

·폐막식 진행 상황은

▷송승환 총감독=시나리오는 90% 이상 완성됐다. 무대, 의상, 소품을 만들고 캐스팅하는 본격 제작 단계다. 나보다 여기 두 연출이 바쁜 시기다. 내용을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고 싶어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정상 그럴 수 없다.

국민 머릿속에 개회식 하면 여전히 88올림픽 '굴렁쇠 소년' 정도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굴렁쇠 소년을 이길 만한 콘텐츠가 준비됐나.

▷송 총감독=굴렁쇠 소년 임팩트가 대단하긴 했다.(웃음) 이번 개·폐회식은 형식적으로 수년간의 어떤 올림픽과도 다를 것이다. 거대한 경기장이 아닌 원형의 소규모 야외 임시 건물에서 치러진다는 점에서 그렇다. 말그대로 개·폐회식이 끝나면 없어질 건물이다. 예산상 이유로 정해진 환경이지만 장점도 있다. 모든 객석의 이목을 집중시켜 제대로 된 '쇼'의 느낌을 낼 수 있다. 여기에 조명과 미디어아트가 최적의 효과를 낸다. 결국 개·폐회식도 전 세계 수억 명이 보는 TV쇼이지 않나. 다만 건물이 뻥 뚫린 구조라 추위에 취약하다. 건물을 천막으로 둘러싸는 등 방한(防寒) 전략을 짜내고 있다.

▷양정웅 총연출=지난 3월 IOC에 안을 보고했을 때 반응이 좋았다. 베이징, 런던처럼 보여주기에 치중하기보다는 간명하고 철학적인 메시지가 중심이 된다는 점에서 그랬다. 그간 개·폐회식 규모에서 과열경쟁 양상이 있었다고 했다.

3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다. 세계 관객은 '한국적인' 무엇인가를 기대할 것이다

▷송 총감독=흔히들 '한국적인 것이 곧 세계적인 것'이라고 한다. 동의하지 않는다. 한국적 요소가 세계적으로 사랑받으려면 특정한 글로벌 감각이 가미돼야 한다. 가령 '난타'를 보자. '난타'는 20년간 세계 50개국 400여 개 도시에서 공연되고 있다. 사물놀이 리듬을 쓴 건 전통 요소이지만 표현 방식은 서양식 넌버벌 슬랩스틱 코미디다. 보편성은 이런 융합에서 나온다. 올림픽 개·폐회식 역시 우리 전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양 총연출=개회식에서 강조할 한국적 요소는 '평화'다. 침략과 분단이란 시련을 겪은 작은 나라가 민주화와 산업화를 겪으며 누구보다 독창적으로 성장해 나간다는 스토리다. 물론 분단이 자랑은 아니지만, 세계에서 우리만큼 평화에 대한 염원을 잘 이야기할 수 있는 나라가 또 어디 있나? 남들은 저마다 제임스 본드, 도스토옙스키, 볼쇼이 발레 등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자랑거리가 있는데 왜 우리는 없냐고 부러워하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 더구나 동서가 냉전을 뚫고 화합한 88올림픽 이래 꼭 30년 만에 열리는 축제다. 우린 메시지로 승부한다.

▷장유정 부감독=폐회식은 개회식에 비해 좀 더 자유롭고 미래 지향적이며 흥겹다. 주제도 '넥스트 웨이브(The Next Wave)'다. 한국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4차 산업혁명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싶었다. 또 폐회식에는 반드시 들어가야 할 공식 의전이 많다. 이왕 할 거면 재미있게 해보려고 한국의 전통적 해학과 흥을 의전 과정에 녹여 봤는데, IOC 관계자들 반응이 아주 좋았다.

예산이 많이 부족한가

▷송 총감독=이번 올림픽 전체 예산 2조8000억원 중 개·폐회식에 책정된 예산은 528억원이다. 이 중 80%는 배우·스태프 인건비와 건물 운영비로 나가고 실제 공연을 만드는 데 쓰이는 건 나머지 20%다. 공식 자료는 아니나 베이징은 최소 6000억원, 런던은 1800억원가량이 개·폐회식에 쓰였다고 알려진다. 우리가 역대 올림픽 중 최소 비용일 것이다.(웃음) 제한된 범위에서 예술성과 메시지의 조화를 추구하고 있지만 사실 예산 욕심이 있다. 수억 명이 보는 앞에서 한국이 그리 만만한 나라가 아님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지 않나.

■ 한국서 열리는 내 생애 마지막 올림픽힘들어도 해볼만

워낙 큰 공연이다 보니 입방아에도 많이 오르내린다. 자칫하면 욕먹기도 십상인데, 이번 일에 참여한 계기는.

▷송 총감독=솔직히 이거 하는 시간에 TV 드라마 출연하는 게 수입이 훨씬 더 좋다.(일동 웃음) 돌이켜보면 일하는 기준이 늘 '재미있을까'였다. 젊은 시절 무작정 뉴욕으로 건너가 공연에 빠진 것도, '난타'를 만든 것도 그래서였다. 이번 올림픽이 내 인생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이 되지 않겠나. 여기서 개·폐회식 총감독이라, 당연히 한 번 해볼 만한 일이 아니겠나.

▷장 부감독=중대한 국가 행사인 만큼 온갖 규정과 절차가 많아 개인의 예술성만으로 작업할 수 없다는 점이 처음엔 힘들었다. 저희끼리 '이러다 사리 나오겠다'는 농담을 했을 정도로.(웃음) 이제는 익숙해져서 느리지만 조금씩 전진해 나가는 작업 과정이 보람차다.

지난해 말까지 총연출이 두 번이나 바뀌는 등(박칼린 뮤지컬 음악감독정구호 패션디자이너양정웅 연출) 잡음도 많았다. 국정농단 세력과 연루됐다는 설도 있었고.

▷송 총감독=연출만 바뀌었나? 대통령도 바뀌었다.(웃음) 스트레스가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억울한 일도 많았고. 이전 연출과의 불화설은 근거도 없고 더 얘기하고 싶지도 않다. 양 총연출과 장 부감독이 너무 잘해주고 있어 지금은 일에만 열중할 수 있게 됐다. 셰익스피어를 한국적으로 해석해 외국에서 극찬을 받은 양 연출, 작가이자 연출가이자 영화감독인 장 감독은 모두 내가 너무나 필요로 하는 인재다. 서로 안 지는 오래됐지만 셋이 같이 작품을 만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가장 자극을 받은 역대 올림픽 개·폐회식 무대는

▷송 총감독=개·폐막식은 수억 명이 보는 TV쇼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2006년 토리노올림픽이 좋았다. 패셔너블하고 매우 쇼(show)적이었다.

▷장 부감독=런던올림픽이 재미있었다. 제임스 본드가 여왕과 헬리콥터를 타고 오거나 미스터 빈이 등장하는 장면 등은 위트 있고 스토리텔링 면에서 훌륭했다.

올림픽 외 이야기도 궁금하다. 국내 공연계 1인자들로서 근래의 중국발 한한령 정국을 어떻게 보고 있나.

▷양 총연출=나는 베세토연극제(한·중·일이 번갈아가며 개최하는 국제 연극제) 위원장을 맡고 있다. 하필 올해가 중국 개최 해라 애로사항이 많았다. 당초 3월 예정이던 공연이 갑자기 취소됐다. 연극인들이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정치 외교로 예술이 타격받는 일은 정말 없었으면 한다.

▷송 총감독=통상 국내 '난타' 전용관의 50%가 중국인 관광객으로 채워진다. 지금은 전멸 수준이다. 전용관을 줄이고 있다. 동남아시아에도 진출했지만 중국 시장 규모에 비하면 턱없이 작다. 정부가 해결해주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소위 '문화계 블랙리스트' 파문으로 인한 예술인들 고통이 컸다. 상처를 치유할 방안은

▷송 총감독=간단하다. 그런 것은 앞으로 안 만들면 된다.

또 진보·보수를 떠나 국내에선 사제 관계, 친분에 의한 예술인 지원이 많았다. 이처럼 오용될 수 있는 예술인 직접 지원보다는 공연시장을 키우거나 관객이 표를 더 사게 장려하는 간접 지원이 더 제도화되면 좋겠다.

▷장 부감독=예술인 스스로 불이익을 당할까봐 자기 검열에 충실해야 하는 현실이었다. 우리 스스로 여기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 송승환 총감독은

△1957년 서울 출생 △1965년 KBS 아역 배우 데뷔 △휘문고 졸업 △한국외대 명예졸업 △1977년 극단 76극장 입단 △1982년 백상연기상(극단 실험극장 '에쿠우스') △1994년 서울연극제 남자연기상 (극단반도 '영원한제국') △1996년~ PMC프로덕션 창립·예술감독 △1998년 한국뮤지컬대상 특별상(PMC프로덕션 '난타') △2005~2010년 명지대 영화뮤지컬학부 부교수 △2008년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2010년~ 성신여대 융합문화예술대학 교수 △2011~2012년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 △2012년 대중문화예술상 보관문화훈장 수상 △2015년~ 세종문화회관 이사

■ 양정웅 총연출은

△1968년 서울 출생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1997년~ 극단 여행자 창단·예술감독 △2003년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연극부문 △2004년 제15회 카이로국제실험연극제 대상 △2006년 폴란드 그단스크 셰익스피어 페스티벌 대상·관객상 △연극 '한여름밤의 꿈'(2002년 연출작) 런던 바비컨센터 초청 △2009년 대한민국연극대상 대상·연출상 △2012년 베세토연극제 한국 대표(위원장) △2013년 대한민국 한류 대상 △2015년~ 서울예대 연극과 교수

■ 장유정 부감독은

△1976년 광주 출생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출과 졸업 △고려대 언론대학원 영상전공 졸업 △2005년~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 작·연출 △2006년~ 뮤지컬 '김종욱찾기' 작·연출 △2006년 한국뮤지컬대상 최우수작품·작사·극본상 △2007년 더뮤지컬어워즈 작사·극본상 △2008~2015년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 작·연출 △2008년 문화관광부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연극부문 △2013년 제19회 한국뮤지컬대상 베스트창작뮤지컬상·연출상 △2017년 영화 '부라더' 각본·감독

[오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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